비디오 게임/게임 플레이 이야기

근래에 해본 게임들 때문에 그래픽을 보는 기준이 많이 달라지네요.

shineblast 2009. 4. 6. 13:00

1월초부터 엄청난 그래픽을 가진 게임들을 연달아 접하고 있으니까 이제는 단순 수치적인 그래픽에 대해 그다지 놀라지 않게되는군요. 솔직히 PS3와 XB360을 접하면서 게임의 그래픽이 얼마나 영화CG와 가까워졌나 그걸 기대해왔고, 나올게임들에 잣대를 그렇게 대해왔었는데. 근래 PS1,2와 DC게임들을 다시 플레이 하면서 역시 게임의 그래픽은 디자인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다시 듭니다. 그러니까 어찌보면 비주얼 표현의 폭은 넓긴해도 PS3나 Xb360이나 이전 세대의 게임들과 별차이가 없다는거죠. PS1세대의 게임만 해도 풀음성을 지원하는 게임들 많습니다. 볼륨도 크고 그래픽에 있어서도 풀3D를 지향하는 게임들도 많구요.  물론 이걸 요즘 시류에 맞게 HD로 돌릴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포터블기기를 이용하거나 아니면 CRT를 이용해서 그못지 않은 효과는 많이 누릴수 있죠.

제가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됐냐면, 요즘 몰아서 플레이하고 있는 PS1클래식도 있지만 결정적으로 주말에 플레이한 바이오하자드:코드베로니카 때문입니다. DC가 아무리 좋은 게임기였다 하더라도 요즘 게임기와 성능으로 비교하면 진짜 허접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십여년의 세월이 지난 게임기로 출시됐던 바이오하자드:코드베로니카가 동시리즈의 최신작인 바이오하자드5보다 그래픽적으로 더 놀라웠습니다. 기술과 하드스펙에 따른 핸디캡? 그거 전혀 고려안하고 봐도 베로니카가 더 좋아보입니다. 왜냐, 게임이 재밌으니까. 게임이 재밌으니까 진행에 자연스럽게 빠져들고, 그래픽을 더 면밀히 관찰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게임이 의도했던 여러부분들이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특히 베로니카의 카메라운영은 참 놀랍습니다. 연출은 볼품없는데도 불구하고 그냥 필드만 돌아다녀도 게이머가 게임이 의도한 속도대로 자연스럽게 여러 흐름에 의해 통제 되게 하면서 절대 게임속에서 이탈되는 사태는 일어나게 하지 않게합니다. 이걸 바이오하자드5와 비교하면 바이오하자드5는 단순히 정신이 없는겁니다. 게이머에게 적절한 긴장감보다는 무언가를 때려부수는 액션의 쾌감에 주력하고 있어서 바이오하자드5는 그냥 빠른 시점이 지원되는데만 주력합니다. 하지만 베로니카는 다릅니다. 어설픈 부분도 곧잘 느껴지지만 조율이 잘된 그래픽을 바탕으로 게임의 모든 기믹들이 치밀합니다. 단순히 게임의 그래픽은 잘그린 그림을 얼마나 많이 보여주느냐가 아니라 "게임성을 뒷받침해준다."라는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게임이 바로 바이오하자드:코드베로니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외에 과거 게임들을 더 들춰보면 메탈기어솔리드라든지, 팀ICO의 게임이라든지,그리고 아틀란티스와 하프라이프2와 같은 어드벤처게임까지 그래픽이 게임성을 크게 향상 시킨 경우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지금 세대의 게임들은 예전과는 달리 그래픽의 활용이 단순히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그치는 경우가 너무 많지 않나 생각합니다. 대표적으로 킬존2,바이오하자드5,기어스 오브 워, 그외 언리얼엔진을 활용한 게이머를 비참하게 만드는(특히 PS3유저들) 떨거지 게임들. 소비자가 단순히 수치적인 그래픽을 가지고 품평회를 할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그래픽이 좋으면 게임이 잘팔리는것은 그래픽이 좋으면 게임이 재밌을거같은 기대심리를 이용한 마케팅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그 마케팅에 영향을 받은(아니면 돈을 받은) 리뷰어들이 순진한 사람들을 몰아서 "그래픽이 좋으면 게임이 재밌다."라면서 분위기를 그렇게 조성해놓은거 같기도 하구요. 그래서 탁해진 물을 보고 원래 물색은 이런거구나 하고 그냥 마시는 사람들처럼 근래 게이머들이 픽셀 하나 하나 세어가게 된게 아닌지.

물론 저도 시류에 입을 대고 있었지만 앞으로는 게임을 다시 재밌게 즐기기위해 그런 시류에서는 이제 입을 떼려합니다. 게임에서 그래픽이요? 그냥 감상만 하는 그래픽이라면 차라리 블루레이로 블록버스터 영화를 한편 보세요. 그러면 PS3와 Xb360의 스펙우위를 따지기 위해 몇 차이 나지도 않는 픽셀수를 따지던 짓꺼리가 얼마나 쓸데없는건지 바로 느낄수 있게 됩니다.(이부분은 어쩌면 Xb360유저들이 수긍을 못할수도 있겠군요.) 물론 하드웨어가 성능이 좋아져서 평균적인 게임의 그래픽도 좋아지면 그건 그거대로 좋습니다. 하지만 근래 게임들이 고퀄리티 그래픽과 바꿔서 잃어버린게 뭔지 그걸 다시 생각해본다면 지금의 게임들은 과거에 비해 별로 탐탁치가 않은 부분이 많습니다. 좀더 자유로운 사고를 할수 있고, 단순히 게임속을 돌아다니며 감상할수 있는 체험뿐만 아니라 내가 보고 있는것을 게임에서 활용할수 있는것. 그리고 그 활용이 게임내에서 절대 쓸데없는 것이 아니라는것. 마지막으로 게임이 현실에 영향을 주지 않을만큼만 재밌을것. 이런한것이 과거 게임이 가지고 있던 것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 한가지 더... 게임제작사들이 게임을 너무 산업적인 측면에서 접근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요즘보면 과거게임과는 달리 게임이 공산품에 가깝다는 느낌이 너무 강합니다. 적당한 퀄리티, 과도한 마케팅, 그리고 지나친 허위와 권위. 특히 허위와 명성은 게이머들의 의견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것이지, 온라인이 활성화된 요즘에 와서 과거처럼 어디 매거진이나 같이 입맞춰주는 지들같은 부류하고 뭉쳐서 게임을 내세워서는 안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요즘세대의 게임들이 많이 팔리고, 고평가를 받아도 게임을 해본 사람의 만족도가 별로 좋지 않은것이겠죠.  

결론은 더이상 게임에서 보기만 좋은 그래픽은 관심없다 입니다.
지난 게임들이 재미는 물론 그래픽적으로도 더 낫다고 생각되는 경우가 많네요.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