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생활
더운날 중고딩들 방학하니까.
shineblast
2009. 8. 5. 17:31
하루 왠종일 문자보내는구나. 잠도 없는지 새벽 5시부터 문자날는데. 오늘 신경질 나는 날인지 기집애 하나는 알수 없는 문자를 날리고. 중딩 녀석은 게임 몇개 얻고자 며칠째 나한테 문자로 구걸중. 일단 기집애는 수험생이니, 진정되게 답장 날려주고. 중딩녀석은 며칠째 시달리는지라 오는 족족히 지긋히 씹어 발리는중. 내가 어린 동생들을 두루 살펴보면서 가장 애매한 시기가 중딩시절인데. 이 시기의 아이들은 구라도 안통하고. 그렇다고 조금의 상식도 통하지가 않는다. 아니 여친있으면 부비부비대러 끼질러 나갈것이지. 학원 갔다와서 농구하고 PSP 잡고 뒹구는건 뭐 하자는 시추에이션? 문자 날아오는것도 보면 죄다 게임 얘기. 얘랑 문자주고 받으면 마치 휴대폰으로 루리웹 실시간 모니터링 하는 기분임. 어제 문자 온것중 가장 황당했던게. 자기 빨리 독립할거니까. 나중에 방얻으면 게임기 다 물려달는거. 아직 대학 입학할려면 멀어도 한참 먼 녀석의 미래 계획이 AV룸을 구축하는거라니... 그래서 진지하게 답장보냈다.
아서라. 죽어라 열공해라. 꼬마야.
근데. 한가지 생각하게 되는게. 아이들이 부모한테 못하는 말들을 이리 저리 돌려가며 형들이나 선배한테만 얘기할수 있다는게 그게 좀 씁쓸하다는 생각도 든다. 아버지는 사업 한답시고 집에 잘 안들어오지. 어머니는 애들 뒷바라지 한다고 여기 저기 쫒아다니다 보면 애들 얘기 들어주기가 버겁지. 그러니 사소한 고민, 사소한 호기심 하나 해결못하고 웅크리고 있는거보면 가엽게 보이기도 한다. 나도 그런시기 지나왔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별것아니었던게 아니라. 당시 나를 힘들게 했던게 뭐였는지 이젠 그걸 기억도 뭣하는게 아닌지. 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영화 내니 다이어리를 보면. 괜찮은 대사 하나 나온다. '아이들이 가장 원하는건 장래의 꿈이 아니라 부모의 관심이다. 하지만 이것은 어른되면 사라질 한때의 바램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니 아이들이 부모를 원하는 시기를 놓치지 말고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라'. 약간 오버된 얘기이긴하지만 그래도 방학. 혹시 관심에 목마른 애들이 주위에 있다면. 개구지더라도 많이 놀아주시길. 성질 나쁜 아이도 어른이 보다듬어 주고 돌봐주면 그 성질이 고쳐지는 경우가 많다하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