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생활

사람을 관찰하다 보면...

shineblast 2010. 4. 6. 14:02
선행뿐만 아니라 악행, 그리고 의외의 행동을 관찰하다보면 도저히 여태까지 배워온것들로는 이해하기 힘든것들이 많더군요. 특히 그 사람의 일생의 단면을 수년동안 관찰했을때 그때 사람에 대해 모호한 감정을 느끼게 되요. 여태까지 일가친적들에게서는 그러한것을 느낀적이 거의 없었는데, 다른 사람 그것도 전혀 관계를 갖지 않은 사람을 관찰하게 됐을때 그게 크게 느껴지게 되더군요. 오지랖이긴 하지만 처음에는 사무적, 이후에는 경계,연민 그리고 필연적이지만 드문 대면. 이걸 반복하다보면 그 사람의 인생이 조금은 느껴져요. 요전번에 새벽에 왠 아가씨가 전화를 걸어왔는데, 복도에 이상한 사람이 문 두들기고 소리지른다고 무섭다고 좀 처리해달고 전화를 걸어왔더군요. 그래서 복도에 나가봤더니 왠 청년이 바닥에 앉아서 울고 있는거에요. 가까이 다가가 흔들어 물어보니 자기도 여기에 산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 사람한테 호실 물어보고 방까지 부축해서 데려다 줬는데. 왜 세상에 혼자인거 같은 외로움이 느껴지는 그런게 있잖아요. 그 사람한테도 그런게 느껴지더군요.

나름 갖출건 다 갖춘 사람이긴 하지만. 제가 전혀 이해할수 없는 그 사람만의 외로움이란게 어떻게 그 사람을 술에 취해 울게 만들었을걸 생각하니까. 왠지 모르게 숙연해지더군요. 나중에 어머니한테 물어보니 그 사람. 공무원 시험 준비하다가 몇년째 황되서 지금은 트럭운전한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벌이는 괜찮긴 한데. 마흔 가까이 되어서 결혼도 안하고 혼자사는걸 보니 가끔 가여울때가 많다고 해요. 그런데 그 사람을 보면 그런 생각이 좀 들어요. 우리가 살면서 이건 이렇게. 라고 생각했던게 어쩔땐 자기 자신을 포함한 많은 사람을 외롭게 만들고 괴롭게 만들고는 있지 않은지. 예전에 제 좌우명이 어차피 죽기밖에 더 하겠냐. 이거 였거든요. 그래서 지금와서 봤을때 남들한테 못할짓 꽤 했었고. 몸도 함부로 막 굴리기도 했고. 시비도 많이 붙어보기도 했고. 그런데 술취해 울고 있던 그 사람보니까. 그 순간 인생을 어떻게 이해해야 될지 멍해지더군요. 어떤게 좋은 인생이고, 어떤게 나쁜 인생인지. 그리고 행복은 어떻게 느껴야 하는지. 원하는것을 이루지 못하면 그냥 그걸로 만족하자. 이런 단순한 생각도 물리게 되어 버리고. 여튼간에 모든것에 의미를 두고 크고 작음을 따져왔던(혹은 따지려 했던) 생각들이 허무하게만 느껴지더군요. 인생의 시작과 끝이 내 맘대로 되지 않는것처럼 성공과 실패, 선행과 악행까지도 내 맘대로 되지 않는게 아닌지. 그런 생각도 들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