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도서/소감
살인의 해석
shineblast
2009. 2. 9. 17:10
내용이 어느정도 예기되는 제목의 책은 진짜 안좋아하는데, 아마 작년 여름인가 쯤에 기분 전환겸으로 구입했던거 같습니다. 물론 당시엔 사놓고 거의 읽지 않았어요. 어차피 내용 뻔할텐데, 재미난 일에서 시간 빼가며 읽기 싫었거든요. 다 읽은 지금도 괜히 읽었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아무리 기분 전환겸으로 구입했다지만 과연 내가 이걸 무슨 생각을 가지고 구입했는지 어안이 벙벙합니다.
책 내용은 지금부터 백년전인 1909년 8월말에서 9월초까지 1주일동안의 프로이트 박사와 그의 제자인 칼 융박사의 미국 체류담을 담고 있는데, 주인공인 스트래섬 영거 박사는 프로이트 일행의 안내를 맞는 도중 사교계 모임에서 변태성욕자에게 습격당한 노라 액튼이라는 소녀의 실어증에 관해 당시 뉴욕 시장인 맥클레런으로 부터 도움을 요청받게되고, 영거박사는 자연스럽게 프로이트에게 이일에 관한 자문을 구하게 되면서 이 문제에 대해 크게는 오이디푸스 증후군을, 작게는 새디스티즘까지 여러 성적갈등을 적용해가며 노라와 정체불명의 범인에 대한 정신을 분석해나간다는 내용입니다. 물론 제목처럼 살인사건도 일어나기 때문에 심리분석뿐만 아니라 이를 수사하는 풋내기 형사 리틀모어의 추리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얼핏보면 흥미있어 보이기도 하는데, 실제 책을 펼쳐보면 영거의 생뚱맞은 햄릿에 대한 해석도 얼기설기 끼어 있기때문에 내용의 무게감이 좀 어중간 합니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히스토리 픽션인데도 사실과 가상의 설정사이의 갭이 좀 컷구요. 예를 들어 맨하탄 다리의 시공에 관해 잠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거 건축에 어느정도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책에서 설정해놓은 투석장치의 존재에 대해 굉장한 의구심을 품지 않았을까 생각되더군요. 무슨 해저 2만리도 아니고 그런걸 백년전 실존 건설현장에 끼워넣는지... 그것도 스케일이 큰것도 아니고 가까운 인간관계에서 자리잡은 깊은 갈등에 대한 이야기인데, 범인이 증거를 인멸하기 위한 장치로 이런걸 고안한것은 작가가 너무 무리한 설정을 해버린거 같아 보기 껄끄럽더군요. 좀더 그럴듯한 방법(증거인멸)을 상상해냈다면 책에 대한 인상이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겁니다. 저한테는 그만큼 이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컸어요. 그리고 햄릿에 대한 얘기는 작가의 세익스피어에 대한 애증정도로 이해해도 되겠지만 그외 내용에 비해 페이지 소모가 너무 심하지 않아나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책은 설을 푸는 방식이 캐릭터들의 개성과 특징을 처음부터 어느정도 전달하고 본사건을 시작하는게 아니라 진행하면서 조금씩 풀어요. 그러다 보니 좀만 읽다보면 개인의 과거사나 역사를 들춰서 현재의 갈등과 자꾸 대입시켜 페이지수가 쓸데없이 허비되는데, 이런것은 작가가 차기 작품을 쓰면서 페이지 배분을 생각해서 좀더 내용을 간추려 주는 그런 배려를 해줬으면 좋겠더군요. 솔직히 그런 페이지들은 허울뿐인거 같아 책장 넘기는 것도 피곤했거든요. 그렇다고 전부 지루했던건 아니고 노라에 대한 영거와 프로이트의 심리분석과 칼 융과 프로이트의 갈등은 흥미진진했습니다. 영화화 결정됐다고 책표지에 느낌표가지 넣어서 표구를 새겼던데, 아마 영화를 본다면 노라와 클라라의 상반한 성적인 매력때문에 볼거 같아요.
결론을 얘기하자면 아마존 예매율 1위라는게 당시 책의 선호도를 내세우는거 같은데, 차라리 아마존 예매 1위보다 오덕 1순위의 야겜을 하는게 더 유익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오프에서 구입했기때문에 분명 이 책을 구입할때 대충 한번 훓어봤을텐데 어째 읽으보니 많이 아쉽네요. 페이지수도 내용에 비해 만만치 않던데. 개인적으로 PS2나 아니면 그 애뮬레이터를 구동시킬 환경이 되시는 분들은 EVE BURTST ERROR+ 나 진구지 사부로 시리즈를 추천하고 싶네요. 어차피 이 책가격이나 두 게임들 가격이나 텍스트 량이 비슷비슷한데 내용은 두 게임들이 훨씬 나아보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