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시청 ,관람기
폭풍전야.
shineblast
2010. 7. 13. 01:28
내 기억이 맞다면 이 영화는 극장에 간판 올라가자마자 두달도 채 안되서 DVD가판대에 등장한것 같다. DVD가판대에 서서 이 영화 케이스를 내려다보며 "도대체 무슨 영화길래..'라며 몇번을 되내였다. 가격도 보니 10000원도 안찍혀 있어 실로 궁금증은 증폭되어 갔다. 개봉되자 마자 바로 DVD로 출시된 영화중에 닌자 어쌔신과 스피드 레이서와 더불어 3대 대망영화인것인가.(셋 다 나오자마자 10000원도 안되는 가격에 판매된 영화이다.) 결국엔 궁금증을 못이겨 가판대에서 집어 들고 나왔다.
영화를 다 본 소감은 감독의 취향이 참 독특한것 같다라는것. 솔직히 초반에 비명지르듯 던지던 "콘돔"이라는 대사는 의도적으로 웃기려고 넣을줄 알았다. 그런데 뒤에 이어지는 영화 분위기를 보니 웃기려고 넣은거 같지가 않더라. 별의미도 없어보이는데, 너무 강조되어 있어서 초반에 머리속에 남은 그 '콘돔'이라는 대사때문에 극 분위기를 일괄적으로 느끼기가 힘들었다. 비단 콘돔이라는 대사 뿐만 아니라 미아와 수인의 첫만남에서 나오는 '자살금지'구역이라는 대사도 별로 적절한 대사는 아니었던것 같다. 차라리 주연이나 조연을 활용해서 중후반 각각에 활기를 조금 넣었다면, 강팡질팡하는 극의 중심이 좀더 보기 좋게 정돈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본 영화는 40분을 기준으로, 그 이전에는 영화가 멜로인지 엽기인지 정말 어수선해 보였고, 중후반에 이르러서야 제대로 몰입이 가능했다. 이 영화의 전반부는, 잔치집에 가서 곡을 하는것과 같이 전반부의 느낌이 엇나가는 느낌이 좀 많다.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나 세트 그리고 음악이 잘 다듬어져 있고. 주연을 맡은 김날길과 황우슬혜의 화보연출이 돋보이는 영화인지라. 학창시절 순정만화를 즐겨보던 20대 소녀들이 보면 좋아할만한 영화가 아닌가 싶다. (남자들은 오글거리는 대사 난무때문에 황우슬혜를 보고자 하는것이 아니라면 양손에 아령정도는 쥐고 봐야 손가락이 손바닥에 박히는 사태를 방지할수 있을듯.)
끝으로 디브디 마스터링의 상태가 별로 좋지가 못하다. 화질의 노이즈가 고전 영화 리마스터링을 십자펀치 수준으로 날려버린다. 러브신 역시도 이 영화의 홍보당시에 많이 내세웠던거 같은데. 러브신은 주인공들의 상황때문에 무게가 실린것뿐, 그 자체적으로는 노출도 거의 없고 일반적인 에로향의 그것도 거의 느낄게 없다. 만약 '진짜' 영화의 조건을 노출에 무게가 실린 러브신의 유무로 따지는 사람에게는 이 영화의 러브신은 다소 시시할것이다. 좀 가볍게 얘기하긴 했지만. 요상하게도 난 이 영화가 전혀 지루하지가 않았다. 되리어 1시간 40분의 시간이 짧다고 느꼈을 정도. 어수선하지만 지루하지는 않았던 경험.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면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