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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본 아이덴티티 (1988)

shineblast 2008. 9. 13. 00:26

아까 은행 문 닫기전에 그동안 모아놓은 동전을 지폐로 바꾸고 디브디 샵에 갔다. 가보니 스피드 레이서는 얼마나 쳐 망했는지 출시되자마자 10000원에 매장에 진열되어 있었다. 그래도 관심 가지고 있던 타이틀이라 일단 하나 집어들고 저쪽 구석에서 B급 타이틀을 뒤져보던중 본 아이덴티티 88년판도 집어들게 되었다. "어라? 소설도 못봤는데 잘됐네." 덕분에 하나만 사고 나오자던 초심은 2개를 들고 가게를 나오게 되었다.

검색해보니 이 영화는 워너社에서 티비판으로 제작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티비판이라 하더라도 동시대의 영화와 비교해서도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 아마 스토리가 파트별로 나뉘지 않았다면 티비판 영화였다는걸 눈치채지 못했을정도.

전반적인 분위기는 원작소설을 읽지 않았지만 대사와 연기가 지나칠 정도로 군더더기가 넘치는걸로 봐서는 원작에 꽤 충실한거같고, 거기에 과거 007 트렌드도 섞여있어서 어찌보면 액션이 너무 정중(?)하다. 게다가 멧 데이먼의 제이슨 본과 비교하면 캐릭터 성향도 너무 틀린데. 88년판의 데이빗 웹은 자신은 물론 주변일에도 매우 충실한 청년이었다. 하지만 트래드스톤 최초 요원이었던 제이슨 본이 임무를 무시하고 지멋대로 행동하자 트래드스톤의 창설자인 데이빗 에벗은 제이슨 본을 제거하고 성실한 자신의 조카 데이빗 웹을 트래드스톤에 들여 제이슨 본이라는 코드명을 지어준다. 물론 먼저번의 제이슨 본과 똑같이 훈련시키고, 성형으로 얼굴까지 비슷하게 만든다. (아마 맷 데이먼이 주연으로 등장하는 본의 차기작에서 소재로 사용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88년판의 본은 자신의 기억을 더듬으며 음모를 밝히는데만 주력한다. 맷의 본 처럼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뇌라는지, 양심과 연민에 대한 미칠듯한 발광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로지 자기가 누구이며 왜 이런 사건에 휘말리고 있는지 그것을 풀어가는데 치중하고 있어 액션보다는 추리물에 가까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영화제작시기를 봐서는 소설은 더 오래전에 쓰여졌던거 같은데, 동시대의 스파이물들처럼 본시리즈도 시작은 아마 냉전시대의 분위기가 양산한 흔한 이야기중에 하나이지 싶다. 이리저리 아무리 차별성이 엿보인다 하더라도 요인암살이나 월남전의 라이벌이 배후로 등장하는거나, 똑똑하고 지적인 여주인공이 헌신하는걸로 봐서는 그 시대의 트랜드가 너무 노골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본 소감은 이것 저것 감안하더라도 맷 데이먼의 본시리즈가 훨씬 나은 작품같다. 같은 소재에서 이런 각색을 볼수 있다는건 작가진이 튼튼한 요즘 시대에서 누릴수 있는 혜택이 아닐지. 그래도 88년의 본이 고전영화이긴 하지만 책 읽기 귀찮은 사람한테는 맷 데이먼의 본과 비교해서 감상한다면 차기 본시리즈의 이야기를 가늠해볼수 있지 않을까 한다.  


PS.이미지는 내일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