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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eblast 2008. 7. 13.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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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을 보고 살인자 VS 살인자의 다소 싸구려 만화같은 구성때문에 개봉당시에는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은 영화였다. 하지만 오늘 본편 DVD를 구입해서 보니 이거 생각하던것과는 많이 좀 다른 영화였더라.

이 영화는 트레일러와는 달리 두 명의 살인자의 이야기를 담아낸것이 아니라 숨겨진 살인자 한 명을 더 포함해서 모두 세 명의 살인자들의 연역적 관계를 담고 있는데, 폭력, 그것도 극한의 행위인 살인으로 이 세 명은 정서적 유대관계에서 서로 트리우마를 교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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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役의 오만석은 무명 소설가로 술과 도박에 빠져 지하 월세방에서 살고 있는데, 그가 쓰는 살인자의 이야기는 출판사에서 리얼리티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번번히 투고를 거부당한다. 덕분에 궁핍한 생활에 월세까지 밀려 집주인과 다투게 되다 어느날 경주는 분노를 참지못하고 그녀를 살해하고 만다. 그리고 경찰의 용의선상에서 비껴가기위해 그 시신을 근래 동네에서 일어나고 있는 연쇄살인과 비슷한 수법으로 처리하고 만다. 하지만 며칠후 그를 당황하게 만든 한통의 문자가 날아온다. "선생님이 죽였죠? -B612"  그것은 다름아닌 그가 흉내낸 살인자의 메세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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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이役의 류덕환. 근래 동네에서 일어나고 있는 연쇄살인의 주인공으로 성실한 행동과 순진한 외형으로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동네에서 문방구를 운영하며 산다. 그가 최초 살인을 저지른 까닭은 의외로 단순한데 어렸을때 목격한 누군가의 살인수법을 보고 그것을 모방하는것에서부터 시작했다. 경주와는 달리 일말의 불쾌함도 참지못하고 분출하는 전형적인 살인마로 점점 살인의 횟수가 늘어가면서 어릴때 본 그것을 정형화된 자신만의 수법으로 완성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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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반장役 재신, 이선균. 경주의 친구로 근래 일어나고 있는 살인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후에 경주가 피해자중 한 명을 살해한 사실을 알게되지만 선재는 절친한 친구인 경주를 체포하지 못하고 그를 놓아주게 된다. 그리고 선배 형사로부터 15년전 근래의 살인사건과 동일한 살인사건이 존재했다는것을 알게 되고 15년전의 사건과 연계해 수사의 범위를 확대해간다.

이 영화가 재밌는점이 진행의 밀도도 밀도지만, 무엇보다 진지함와 유치함을 적절히 섞어 중간 중간에 트릭을 심어놨다는 점인데,(어쩌면 트릭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보는내내 확실히 즐겁긴 즐거운 부분이었다.)  예를 들어 경주의 첫 살인씬인 화장실 살인은 단순히 감정의 배설을 푸는 장면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나서 노래를 부르는등 현실적인 무게감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어지는 두번째 살인장면인 집주인 살인에서는 아무리 억눌렸던 감정이 폭발한다 해도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는것이 절대 유쾌하지 않다는것을 보여준다. 이처럼 이 영화는 경주나 일반인이 상상했던 소설과 현실의 차이를 넘나들듯이 극의 리얼와 언리얼을 넘나들면서 마치 "우리 영화는 방금전에 본 장면처럼 유치한 영화가 아니거든요?^^" 하듯이 보는 중간에 종종 이 영화를 편협하게 단정지으려는 시선에 돌을 던진다.

하지만 영화 중반쯤이 되면 웹에서 흔히 퍼진 FBI살인심리 테스트 괴담을 각색한 장면이라든지, 세 명의 캐릭터가 개성이 확연히 부여되어있지만 계층이나 행동반경을 따졌을때는 구분점이 애매모호한 점을 보여서 속된말로 영화가 지지부진하다는 인상도 안겨준다. 게다가 후반에 갈수록 세 인물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트리우마를 교환하게 됐는지 그 연유를  동화적 감성으로 그려내는데, 분명 그러한 연출의 전개가 나쁘지는 않지만 앞서 얘기한 것들과 맞불려 어느순간에 영화의 주제의식을 흐려지게 만드는것이 아쉽다.

솔직히 어느 영화라도 이 정도의 흠집이 없는 영화는 보기가 쉽지않다. 그래도 보는 내내 원했던건 극악 살인자들이 몇명 얽혀있는 이상 좀더 무게가 더해진 강렬한 이야기였달까. 그런면에서 봤을때 약간 아쉬운 면이 있었을뿐 그외에는 이 영화가 통상적인 살인극과는 차이가 분명한 영화이니 이런 저런 소리를 늘어놨어도 살인극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한번쯤은 봐두라고 권하고 싶은 영화중 하나이다.   


감독-정길영/주연-오만석,류덕환,이선균/런닝타임-114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