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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카르멘

shineblast 2008. 10. 15. 20:36
백화점 쇼핑중 가판대에 "7000\에 오페라와 영화를 한번에" 라고 붙어있어서 들고온 타이틀이다. 한마디로 그냥 싼맛에 구입한 케이스. 근데 구입하고 보니 괜히 샀다는 느낌. 보고나서 이내 후회가 밀려왔다.

영화의 배경은 19세기의 스페인으로 군인으로 복무하던 호세는 카르멘이라는 집시에게 마음을 빼았겨 그녀와 관계하려던 상관을 살해하고 도망쳐 산적이 된다. 하지만 산적이 되어서도 호세는 카르멘에 대한 집착을 포기하지 못하고 그녀에게 남편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자 질투에 사로잡혀 그 역시도 살해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를 유혹했던 카르멘이 이제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된다. 그녀에게 홀려 이미 두 명을 죽였던 호세. 그는 그녀의 복잡한 남자관계 보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자신이 사라졌다는것에서 큰 좌절감을 맛보게된다. 미래가 촉망되었던 유능한 장교에서 도적이 되는 나락의 인생에서도 그가 그 길을 후회하지 않을수 있었던건 오직 카르멘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다른 남자를 사랑하고 호세를 떠나려 한다. 
 
영화의 마지막. 호세에 대한 사랑이 식은 카르멘은 호세에게 "날 놔주든지 아니면 날 죽이세요."라고 말한다. 사랑은 누구 맘대로 되는것이 아니다. 호세도 그것을 알기에 그녀를 살해하고 그 주검을 자신의 품에 안는다.
 
이 영화는 동명의 프랑스 고전을 스페인에서 영상화한 작품으로, 첫 화면부터 강렬한 색채와 화면의 섬세함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이야기의 진행은 연로한 감독만큼이나 힘이 없고 캐릭터들의 내면적 디테일도 많이 떨어진다. 게다가 카르멘의 내용상 복잡한 인간관계에서 언제라도 극의 긴장을 이끌어 낼수 있는 포인트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카르멘의 뇌쇄적인 매력과 그녀에 대한 호세의 집착 단 두가지만 이야기한다. 덕분에 이야기는 런닝타임에 비해 너무 단순해서 지루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배우들의 연기에서 디테일을 맛보는 재미가 충분한것도 아닌데 말이다.
 
물론 화려한 색채와 카르멘 배역을 맡은 파즈의 매력은 볼만하다고 생각 했지만 이 영화는 이 두가지외에는 볼게 없다. 어설픈 정사신, 두리뭉실한 사랑의 신파극 이것이 영화 카르멘이다. 게다가 타이틀도 짜증나는것이 동봉된 오페라는 자막도 없고 독일어로 나오는 황당함을 보여주는데, 여기에 DVD마스터링도 어떻게 했는지 프레임간에 노이즈와 이미지 열화까지 아주 안좋은것들만 한데 모여있다. 

다이렉트 캡춰한 사진. 이정도 이미지에서도 이 영화의 화질이 얼마나 엉망인지 쉽게 느낄수 있을것이다. 인간적으로 고전영화의 마스터링도 이보다는 훨씬 나았다.

이 영화외에도 카르멘을 영상화한 작품은 많이 있는데, 그중에서 하나 추천할만한 작품이라면 현재 현대판 카르멘이라고 할수 있는 모니카 벨루치의 "사랑도 흥정이 되나요"를 추천하고 싶다. 이 영화는 카르멘의 비극을 현시대를 배경으로 희화화 했는데, 거의 유사한 주제와 인물관계를 다른 관점으로 풀어가면서도 원작과 비교해 그 못지 않은 즐거움을 가지고 있기때문이다. 뭐 이외에도 두 영화 다 여배우들의 관능적인 매력이 볼만하니 이를 비교해가며 보는것도 즐거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