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neblast's blog

모던 타임즈를 보면서 생각나는것들 본문

영화/시청 ,관람기

모던 타임즈를 보면서 생각나는것들

shineblast 2008. 10. 9. 18:11

아마 한달전이었나...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를 봤는데, 영화 초반에 채플린이 공장에서 근무하던 도중 정신이 돌아버리는 장면이 나오더군요. 그런데도 사업주는 직원복지보다는 생산효율을 높이기 위해 밥먹이는 기계까지 시험해보고... 보면서 제 사회 초년생때의 일도 생각나고, 고등학교때 입시에 피말리면서 모의고사때마다 배앓이를 하던 친구들도 떠오르기하고, 이래 저래 재기 넘치는 그 장면들을 웃으면서 보기가 힘들었습니다. 분명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많이 일어나는 일이고 점점 더 그 비중은 높아져 가고만 있으니까요. 뭐 직장생활이나 개인사업체 운영하면서 원형 탈모나 수면장애를 겪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생계를 위해 일을 한다지만, 직장에서 날이갈수록 책임을 더 지우거나 여건이 악화되기 시작하면 되려 건강을 헤치게 되죠. 게다가 그런게 너무 오래 지속되다보면 자신이 뭣때문에 일하는지 회의가 드는게 더 견디기 힘들게 하구요. 

저같은 경우 2년간 푹 쉬면서도 정신과를 찾아간게 불과 1달이 안됐습니다. 그것도 스트레스로 인한 장애증상보다는 알콜치료였구요. 뭐 악순환이었던거 같애요. 아침에 출근해서 일하다 문제생기면 스트레스 쌓이고, 저녁에는 늦게 퇴근하는것도 모자라 기상상태나 현장상태에 따라 항상 대기상태. 그러다 보니 잠도 제대로 못자고, 짬을내서 쉬려해도 밀려 있는 도면들 수정해야 되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빨리 크고 싶어서 너무 바둥댔던거 같애요. 그렇게 해봤자 제대로 된것도 안된것도 없고. 그냥 그렇게 살아온것뿐, 지나고 나니 일한것에 후회가 많이 남더군요. 되려 짧은 시간동안 빨리 스트레스를 풀고 일할려고 폭음을 시작했던게 큰 잘못이었던거 같고. 요번에 선생님과 상담하니 저처럼 하루 2명씩 술을 마시면 수면장애가 생겨서 신체적으로 여러 이상 증상이 생길수 있다더군요. 뭐 술마시면 골아떨어지니 잠을 푹 잔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정상적인 수면이 아니어서 지속적인 폭음은 뇌를 비정상적으로 만듭답니다. 그래서 수전증도 생기고 감각도 뒤 엉켜서 신체에 이상이 생겨도 잘 감지 못하고 심하면 정신분열이나 우울증까지 불러온다고 하는군요.

처음엔 수면장애때문에 신경정신과를 찾아갔는데, 선생님이 제 얘기를 듣더니 예전의 근무환경이 몸에 벤것은 점진적으로 풀어갈 문제지만 폭음에 대해선 시급히 치료를 권하더군요. 그래서 금주를 시작했는데, 이거 뭐 금단 증상이 장난이 아니네요. 저같은 경우는 주로 폭식을 하게 됐는데, 한달동안 거의 8kg정도는 불어난거 같아요. 그나마 이것도 선생님이 제 주량에 비해 금단증상이 너무 약하다고 약 처방을 조절하시더만... 그래도 금주 한달 정도 됐는데, 신경도 한층 내려앉아가고 잠도 조금씩 잘수 있게되고 피부도 부드러워지고 여러모로 좋은거 같긴합니다.
 

이런 경험때문인지 모던 타임즈를 보면서 입시나 군대, 영세업체나 특수성향의 근무환경, 취업난등 사회전반적인 현상에 대해 생각이 많이 달라지더군요. 다 컸다고 생각했는데, 저 역시 어느샌가 생존경쟁이라는 싸움에 동참하고 있었고, 그 행동자체가 옳았다고 생각했으니 삐뚤어 질수 밖에요. 시간이 지나고 사회생활과 거리고 두고 생각해보니 이것 저것 효율따져가며 남들과의 경쟁에서 앞서가려 했던게 답은 아니었던거 같애요. 그렇게 거의 20대를 다보내다 보니 사람들에게 정을 주는게 어색해지고, 자꾸 생각이 종잡을수 없어졌구요. 그런면에서 보면 모던타임즈 속의 채플린은 많은 위로가 되네요. 뭐 하나 제대로 할줄하는게 없어서, 하찮은 일이라도 배고픔을 면해보겠다며 굽신거려가며 겨우 벌어먹고 살아가고, 일이 풀린다 싶으면 또다시 사건이 터져 도망자 신세가 되고. 그런데도 해맑게 웃으며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장면은 커다란 감동을 안겨주더군요. 이런 기분 몇년동안 느껴본적이 없었는데, 뭐 인생을 하나 더 배운 기분이네요.

솔직히 20대 중반까지는 잘 몰랐어요.(뭐 알 이유도 없었지) 거의 30대가 다되니 그동안 미련하게만 보이던 사람들이 이해가 가기 시작하더군요. 어릴때 장사하고 집에 들어와서 밤에 밥먹고 드라마만 보고 자던 부모님들, 장성해서 지 앞가림 못하고 놀고 있던 백수들. 지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남일에 참견하던 같잖은 인간들, 심지어는 약쟁이들 까지 이해가 되더군요. 중립이건 균형이건 간에 세상이 내 발아래 있다고 휘젓고 다니던 생각들이 무지 모자란 생각이었다는걸 이제서야 알게 됐네요. 그래도 제가 성자가 아닌 이상, 아닌 것은 아직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내 일에 걸리적 거리는것들은 걸리적 거리는거구요. 그래도 완강한 면은 많이 누그러졌네요. 이전에 대화로 해결안되면 극단적인 조치를 취했는데, 이제는 뭐 그냥 그러려니 합니다. 어차피 더 이상 예전 같이 일할 이유도 없고, 고집 피울 이유도 없으니까요. 암튼 영화보면서 이것 저것 생각하다보니 블로그에 개인적인일들도 포스팅하게되네요.